“반일 분위기 피부로 체감 안돼”
“국가간 문제…일본인 차별 않을것”
시민들도 무차별적 비난은 삼가
6일 오전 서울 구로역 광장에서 열린 일본 경제침략 규탄 결의대회에서 시민들이 소녀상 주위를 둘러싸고 일본 아베 정부를 강력 규탄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 |
“걱정했는데 한국인들 모두 친절했어요”
지난 5일 오후 4시께 서울 명동역 지하쇼핑센터 한국 연예인 사진판매점에서 만난 타카하시(22) 씨가 남자 아이돌 엽서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한국 여행 4일째인 그의 걱정은 다름아닌 ‘무더위’였다. 그는 푹푹 찌는 폭염 때문에 시원한 실내만 찾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다고 했을 때 지인들로부터 “조심하라”는 경고를 들었지만 막상 와보니 일본인이기 때문에 느끼는 냉대나 차별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어제도 아버지가 ‘괜찮느냐’고 물었는데 전 괜찮아요. 한국인들의 속마음은 다를지 모르겠지만 길을 물어보나 음식을 시킬 때나 정성껏 알려줬어요”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한국 여행 주의보’에도 불구하고 다수 일본인들은 한국을 찾고 있다. 서울 명동, 홍대 등에서 만난 일본인 관광객 대다수는 최근의 양국 관계에 대해 냉철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일본 외무성은 우리나라의 반일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 여행시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관광객들은 “정부간의 문제일 뿐”이라며 평소와 다름 없이 여행을 즐겼다.
명동에서 만난 30대 일본인 부부는 양손에 쇼핑백을 가득 들고 있었다. 안경, 화장품 그리고 숙소에서 먹을 한국 과자들이었다. 여성은 “명동 방문은 두번째인데 일본어 간판이 많아서 쇼핑하기 편하다”며 “저녁에는 종로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내 반일 분위기에 대해서는 “피부로 체감하는 일은 아직까지 없었다”며 “한국과 일본 언론 모두 극단적인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객들은 한국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대입구역에서 만난 일본 대학생 스즈키(24) 씨는 이번 한국여행이 다섯번째다. 그는 “홍대에는 예쁜 카페들이 많고 맛있는 음식점도 많아 가장 좋아한다”며 “오늘은 한국 친구와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고 한국어로 말했다. 그는 “양국가 모두 일반 사람들이 교류하는 것까지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반일 움직임 속에 우리나라를 찾은 일본 관광객들을 차별해선 안되고 오히려 잘 대해줘야 한다는 반응이다. 일본 정부와 일본 시민을 구분해서 대응하는 것이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되는 한일 갈등 대응 방안의 핵심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홍대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최모(45) 씨는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반한 감정이 있는 나라는 저라도 가기가 껄끄러울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을 찾은 일본 사람들이 고맙다”며 “나도 불매운동을 지지하지만 일본 사람을 미워하진 않는다. 일본 정부에 반대하는 것과 일본관광객을 대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과거 일본인 극우단체가 보였던 것처럼 혐오 행동을 보여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치인을 비판하고 일본 기업 불매운동을 하더라도 일본 국적을 가진 시민들을 향한 분노는 경계하자는 일종의 다짐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반일 감정이 고조되고 있긴 하지만 일본 시민들을 향한 비난과 차별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이면서도 시민들은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현재까지도 눈에 띄는 일본인 관련 사건사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반일 감정과는 별개로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은 더 잘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SNS를 통해서도 알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일 움직임이 일본 관광객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 교수는 “지금 한국에 오는 일본인들은 한국에 상당한 애정을 갖고 여러번 한국을 방문한 이들이 많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특히 일본의 현재 젊은이들은 한일관계가 별도의 정치적인 영역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