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콥 파브리시우스, 다양한 예술적 방법론 시도로 유럽서 입지
야콥 파브리시우스 2020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
[헤럴드경제(부산)=윤정희 기자]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김성연 집행위원장)가 내년 9월 개최 예정인 2020부산비엔날레의 전시감독으로 덴마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시기획자 야콥 파브리시우스(Jacob Fabricius·사진)를 최종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공식 출범 20주년 맞는 2020부산비엔날레가 전시감독 공개모집으로 새로운 전환점 모색에 나선 것이다.
이번 2020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선정은 2018부산비엔날레에 이어 공개모집으로 진행됐다. 2018부산비엔날레의 전시감독을 당해 연도 1월 최종 선정한 것과 비교하면 선정 시기가 약 6개월 정도 앞당겨진 것. 특히, 2020년은 조직위가 공식 출범한지 2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로 빠른 감독 선정을 통해 전시의 준비 기간을 예년보다 더 확보하게 됐다.
조직위는 2020부산비엔날레를 그간 확립되어온 청년성, 역동성, 개방성 등 고유의 정체성을 더욱 견고히 하고 나아가 동시대 미술계에 새로운 시선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전시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장소를 물색하는 등 안팎으로 다양한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 있다. 이를 위해, 2020부산비엔날레의 감독 선정 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다시 한번 전 세계 전시기획자를 대상으로 공개모집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
5월 15일부터 20일간 진행된 공개모집에 국내외 약 50명(팀)이 지원한 가운데, 후보자들이 제출한 경력서와 기획안을 바탕으로 추천위원회와 선정위원회가 차례로 개최됐다. 지난 7월 4일 진행된 선정위원회에서 후보자들은 2차 기획안을 토대로 전시주제와 미학적 관점, 참여 작가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내용들을 직접 발표했다. 미술계 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단은 질의응답과 심층 회의를 통해 기획안의 참신성과 실현가능성 등을 논의하며 검증 과정을 진행했다. 전시감독은 임원회 승인 후 조직위원장이 위촉할 예정이다.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 다양한 예술적 방법론을 시도하며 유럽 내 입지 다져왔다. 덴마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전시기획자로, 현재 덴마크 오르후스 시의 현대미술관 쿤스트할 오르후스(Kunsthal Aarhus)의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1917년 설립된 쿤스트할 오르후스는 도시 내의 유일한 아트센터이자 덴마크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기관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는 현재 덴마크예술재단 시각예술위원회(Danish Arts Foundation’s Committee for Visual Arts)의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은 1970년생으로 코펜하겐대학교에서 미술사를, 서식스대학교에서는 현대문화를 전공했고, 덴마크를 비롯하여 스페인, 스웨덴, 프랑스 등 유럽지역의 예술 기관을 중심으로 20여 년 동안 기획자로서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사회적 문맥을 반영한 전시와 공공장소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들을 꾸준히 선보여 오며 예술과 문화, 지역을 아우르는 다양한 예술적 방법론을 시도해왔다. 한편, 지난 2월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주한덴마크대사관과 주한영국문화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ARKO 국제심포지엄 2019’에 참석, ‘예술지원 방향’을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지역성과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전시 기획안을 제시해 선정위원단의 관심과 기대를 이끌어 냈다. 또한, 문학과 음악을 적극 차용해 경계가 확장된 개념을 제시했고 후각과 청각 등 다양한 감각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해 선정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야콥 파브리시우스 전시감독은 7월 말 부산을 방문해, 전시장을 비롯한 부산의 곳곳을 둘러보며 지역성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고, 이와 함께 부산을 비롯한 국내 작가들과의 미팅을 통해 전시 기획안을 구체화 시켜나갈 예정이다.
김성연 집행위원장은 “전시감독은 과거 여러 차례 부산비엔날레를 방문했을 정도로 부산지역과 한국 미술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다”며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의 협업이 가능해 동시대 예술의 장르들을 아우르는 동시에 부산의 도시 정체성을 녹여낸 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부산비엔날레는 짝수 년마다 개최되는 국제적인 현대미술 전시로, 1981년 부산의 청년예술가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태동한 부산청년비엔날레를 전신으로 하고 있다. 자생적으로 탄생한 부산비엔날레는 여타의 비엔날레와 차별성을 보여주며 부산의 도시 정체성을 표현함과 동시에 실험적이고 역동성 넘치는 전시를 선보여왔다. 2020부산비엔날레는 2020년 9월 개최 예정이다.
cgn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