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항공사 승무원→변호사→경찰 특채
“로펌 근무 경력 기업 수사 접목하고 싶어”
송지헌 경찰청 수사개혁단 경감.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문서상으로만 사건을 다루기보단 수사현장에 직접 뛰어들고 싶었어요. 직접 사람을 조사해보면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 웬만하면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조서와 서면으로 이뤄지는 수사지휘와 재판 단계에서는 그 미묘한 간극을 느끼기 어려울 것 같아요.”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에서 일하고 있는 송지헌(40·사법연수원 41기) 경감의 말이다. 2010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경찰 공무원의 길을 택했다. 2014년 경찰청 변호사 특채에 합격해 경감으로 채용됐다.
송 경감의 이력은 분야를 넘나든다. 화가를 꿈꾸던 미대생이었지만, 은행원과 승무원, 변호사를 거쳐 경찰관이 됐다.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를 따라 전공 고민없이 예원학교와 예고, 미대를 나왔다. 그 뒤 대학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면서 본격적인 진로고민을 했다.
대학원을 마치기 전 그녀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한 게 은행원과 승무원이었다. 은행원은 돈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승무원은 세계를 누비며 곳곳의 미술관을 돌아다니기 위해 택했다. 그렇게 2년 반의 시간을 보낸 그는 법조인이 되는 길을 택했다.
“예술이 사회를 치유한다는 말이 있지만, 간접적인 방법이고, 예술가는 죽을 때나 돼야 평가를 받거든요. 그런데 은행이나 항공사를 다니면서 커튼 하나 하나 다른 세상이 있더라고요. 비즈니스와 이코노미 클래스, VIP고객과 일반고객 이렇게 다 다르고 서비스도 달라진다는 걸 직접 체험했어요. ‘내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구나. 바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결국 그는 법대를 다니는 사촌동생을 따라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수험생 시절엔 헌법이 재밌었다. 매일 읽고 공부해도 재미를 느낄 정도였다. 사법연수원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가리는 형사사법 체계에 빠져들었다. “연수원 지도교수님이 경찰을 추천해주셨어요. 저도 범죄현장에서 현장수사를 하는 경찰에 매력을 느꼈어요. 저는 법대 출신도 아니고, 법조인을 목표로 계속 공부한 배경이 있지도 않아서 법조인들의 특유의 ‘선민의식’이랄까요, 분위기가 낯설었어요.”
기업민사사건을 주로 맡는 법무법인에서 근무도 즐거웠지만 이따금 회의감을 느꼈다. 자신이 인수합병 보조를 맡은 기업으로 인해 많은 회사들이 상장폐지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로 공공분야로 진출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2014년 경찰 특채에 지원한 그는 연수원 동기 중 유일하게 경찰이 됐다.
현재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수혁단)에 있는 송 경감은 수사권 조정 문제에 관심이 많다. 시보시절 검찰들의 소극적인 태도와 법조계의 병폐문화를 직접 경험한 만큼, 그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형사소송법 상의 검사와 실제는 너무 달랐어요. 형사사건의 98%는 경찰이 맡는데, 검찰 수사지휘권이 경찰 의견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게 충격적이었어요. 기소의견을 냈던 사건에 대해 검찰에서 불기소로 의견서를 작성하라고 해서 피해자측 변호사를 한 번이라도 만나 설명을 들어보라고 권했는데, 그냥 불기소로 송치를 계속 하라는 거에요. 납득하기 어려웠어요.”
송 경감의 목표는 향후 대형 부정부패, 특수사건을 직접수사하는 경찰팀의 팀장이 되는 것이다. 로펌에서 근무한 경력을 경찰수사에 접목시키고 싶다고 말한다.
“기업수사 부분에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었어요. 변호사로 있으면서 기업사건을 많이 다뤘잖아요. 또 조세법을 공부를 하면서 검찰과 대등한 입장에서 직접수사를 하고 싶어요.”
munjae@heraldcorp.com
△서울예술고등학교-이화여자대학교 한국화과 △사법연수원 41기 △법무법인 대화 변호사 △서울지방경찰청 서초경찰서 경제팀 부팀장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