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해도 MB와 비슷한 조건달듯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보석으로 풀려날지 여부가 22일 판가름난다. 양 전 대법원장은 다음달 11일 구속 만기를 앞두고 있어 보석을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부장 박남천)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 여부를 결정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월 구속돼 6개월째 재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다음달 11일 0시를 기해 구속 만기로 풀려날 예정인 양 전 대법원장이 보석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통상 재판 도중 풀려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추가기소를 통해 구속기간을 늘리는 경우도 있지만, 이 사건에서는 별다른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만 일단 재판을 진행하고, 보석 여부는 구속 만기가 임박한 시점에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풀려나면 그만큼 수월하게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다. 변호인 접견에도 제약이 없고, 방대한 양의 기록을 직접 검토할 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만기로 풀려나는 것과 동일한 정도의 조건이 아니면 보석을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판부 입장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이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을 감안할 수 밖에 없다. 보석을 허가하더라도 활동 범위를 자택으로 제한하고, 전화기나 이메일 사용을 금지시키는 등의 조건을 달 가능성이 높다.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비슷한 내용의 제한을 받는 것을 조건을 수용했다. 보석 여부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보석금을 내지 않는 방법으로 사실상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없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은 진행이 더뎌 다음달 10일까지 마무리짓는 게 불가능한 상황이다. 박병대(62)·고영한(64) 전 대법관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지만, 기소된 지 5개월 만인 지난달 말에서야 증인신문이 시작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직권을 남용해 박근혜 청와대와 소통 하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을 지연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밖에 특정 판사의 뒷조사를 지시하거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부적절하게 알아보도록 하는 등 총 47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