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20일 일본대사관 앞서 3000~5000명 규모 ‘집회’ 열어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 한장면. [사진=이현정 기자] |
18일 오전 3시께 일본 대사관 앞에서 한 70대 남성이 자신이 탄 차량에 불을 질렀다. 소방당국은 해당 남성을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졌다. 사망한 70대 남성은 강제징용 피해와 관련 평소, 일본의 책임을 주장하는 말을 주위에 자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민중공동행동·녹색당 등 진보계열 시민단체 60여개가 20일 오후 6시 일본대사관 앞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갖는다. 참가 의사를 밝힌 단체들은 최소 3000~5000여명의 인원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집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8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70대 남성의 가족이 강제징용 피해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서 시작된 한일관계에 대한 ‘반일 민심’이 주말 일본대사관을 중심응로 거세게 일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대사관 빌딩 주차장에서 분신한 70대 남성을 수사한 서울 종로경찰서는 “18일 오전 3시께 차량에서 분신한 김모(78) 씨가 화상 치료를 받았지만, 화상성 쇼크 및 호흡부전 등으로 같은날 오후 12시 37분께 사망했다”고 밝혔다.
김 씨의 유서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김 씨가 지인과의 통화에서 “일본에 대한 감정으로 범행을 저지르려 한다”고 말한 점, 가족에게 “장인어른이 강제징용을 다녀오셨다”는 이야기를 했던 점 등을 착안에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차량에는 20L 휘발유와 부탄가스 20여개, 라이터가 함께 발견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정황상 남성이 최근 있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대(對) 한국 기업 경제보복’ 조치에 반발해서, 일본 대사관 앞에서 분신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종로소방서측 “(김 씨가) 라이터를 이용해 분신시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9일 남성이 분신한 자리에서는 60여개 시민단체들이 주최하는 일본정부 규탄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
현재 촛불집회 참가 의사를 밝힌 60여개 단체들에는 민주노총과 노동자연대, 알바노조 등 노동계열 단체들, 한국 YMCA 전국연맹과 평화재향군인회, 전국여성연대 등 진보계열의 시민단체, 노동당과 녹색당, 민중당 등 진보계열 정당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집회에 참석하는 민중공동행동 측은 19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단체가 추산한 것으로만 약 5000여명 정도의 인원이 20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촛불 집회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 외에도 많은 시민들이 촛불에 참여해서, 과거청산을 거부하고 무역보복으로 답하는 일본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분노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번 아베 정권의 대한무역 보복조치에는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대표는 “이번 아베 망동의 목표는 다가오는 참의원 선거에서 전쟁가능국가로의 개헌 가능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행동”이라면서 “촛불항쟁 때 민주시민들이 떨쳐 일어났듯 이제 다시 아베 일당의 부당한 경제 보복과 평화 위협에 맞서 함께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일제에 강제 수탈을 당한 노동자들이 세운 한국의 경제를 일본이 다시 침략하려고 하는 현 상황”이라면서 “한국 법원의 최소한의 사법적 판단을 일본은 보복조치라는 미명하에 무시하고 있다. 저들의몸속에는 단 1도 사죄도 배상한다는 의지도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아베 정권의 무역 보복 이후, 진보 시민사회계는 즉각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나서는 등, 반일기조의 입장들을 꾸준히 내비추고 있다. 전국 편의점과 슈퍼마켓들로 이뤄진 한국마트협회는 지난 5일 “일본제품 판매 중지”에 돌입했다. 경기도농민단체협의회는 지난 4일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비판, 일본 제품 불매와 관광거부 운동에 돌입했다.
반일감정이 고조되는 상황 속에서, 20일 집회에 많은 시민들이 참가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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