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증대 등 부작용 많은 교육특구 지위 공고해져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서울시 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폐지 반대, 조희연 교육감 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의 무더기 지정 취소가 현실화하면서 ‘강남 8학군’ 부활이나 강남·목동 등 일명 ‘교육 특구’로의 쏠림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10일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은 24개 자사고 가운데 서울 8곳을 비롯해 모두 11개의 자사고가 지정 취소 위기에 처했다. 군산 중앙고가 스스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것을 감안하면 전국 자사고 42개 중 최대 12개가 내년 일반고로 전환된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이 지정 취소하겠다고 밝힌 자사고 8곳이 대부분 강남·목동 등 이른바 ‘교육 특구’ 이외 지역이어서, 실제 지정 취소 후 지역 간 교육 격차가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정 취소 위기에 처한 경희고(동대문구 이문동)와 배재고(강동구 고덕동) 세화고(서초구 반포동) 숭문고(마포구 대흥동) 신일고(강북구 미아동) 이대부고(서대문구 대신동) 중앙고(종로구 계동) 한대부고(성동구 사근동) 등 8곳이다. 이 중 서초구 반포동 세화고를 제외하면 모두 이른바 ‘교육 특구’로 불리지 않는 지역에 위치해 있다.
반면 올해 평가에서 살아남은 5개 학교 중 중동고(강남구 일원동)와 한가람고(양천구 목동) 등 2곳이 교육 특구로 불리는 지역에 있다. 나머지 동성고(종로구 혜화동) 이화여고(중구 정동)와 전국단위 자사고인 하나고(은평구 진관동)는 비 교육특구에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지정 취소가 되면 결과적으로 교육 특구 소재 자사고의 비중은 오히려 높아지게 된다.
입시업계와 학부모들은 대치동 학원가와 가까운 강남구·서초구, 목동이 있는 양천구를 교육 특구로 친다. 중계동 학원가가 있는 노원구도 교육 특구에 준하는 지역으로 본다.
특수목적고·자사고 등이 등장하기 전 학원가가 집중돼있는 교육 특구에 있는 일반고들이 최상위권 대학에 학생들을 많이 진학시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교육비 증대·위장전입 등 사회적 문제를 낳았다.
특목고·자사고가 비(非) 교육 특구 지역에 다수 신설·지정된 배경에도 이런 문제를 완화하려는 교육 당국의 정책 의도가 있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의 결정대로 자사고 8곳이 지정취소된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자사고 중 절반가량이 교육 특구 인근 지역의 학교로 구성된다. 특히 내년에 평가받는 학교 중 세화여고(서초구 반포동), 양정고(양천구 목동), 현대고(강남구 압구정동), 휘문고(강남구 대치동)는 교육 특구의 중심에 있다.
재지정 평가 전 자사고 22곳 중 31.8%인 7곳이 교육 특구에 있었는데, 재지정 평가 후에는 14곳 중 42.9%인 6곳이 교육 특구에 남게 되는 셈이다.
입시업체 관계자들은 앞으로 특목고나 자사고 출신에 유리한 정시 비중이 확대되는 반면 자사고수는 줄고, 남은 자사고도 교육 특구에 몰리는 현상이 심화함에 따라 교육 특구와 비 교육 특구 간 학교 격차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교육 특구가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비 교육 특구 지역 학부모들은 가까운 자사고가 없어지면서 불안감이 가중되고, 강남·목동 등 교육 특구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도 “2022학년도부터 서울대 등 대부분 주요 대학이 정시모집을 30%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인데, 수능 대비는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훨씬 유리하다”면서 “재지정된 자사고나 교육특구로 상위권 학생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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