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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누구를 위한 공동계정인가
저축銀 부실 지원은

금융시스템 안정 위한것

국민혈세 부담 낮추려면

업권이익은 초월해야


저축은행 부실 해소를 위한 예금보험기금 공동계정 설립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은행권이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예금보험료의 절반을 향후 설치될 공동계정에 갹출해 금융권 부실 처리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부 수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신 한시적 운용과 사후정산 방식을 전제로 한 영국식 공동계정안을 요구하고 나섰다. 저축은행이 키운 부실을 메우는 데 은행 돈을 거저 내줄 수는 없고, 나중에라도 투입된 자금의 일부를 받아내기 위해서는 영국식 공동계정을 운영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금융위원회 역시 은행연합회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곤란하다며 정부안을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긴급상황 시 각 금융권역이 자금을 갹출해 필요한 재원을 조성하되 이후 기금의 일부를 다시 해당 권역에 돌려주는 방식의 은행권 방안은 결국 현재 계정에서 차입하는 것과 동일한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권의 제안대로 제도가 도입되면 매번 문제가 생겼을 때 공동계정을 도입할 것이냐 마느냐를 논의해야 한다”며 “정부가 생각하는 시스템과 거리가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또 “국제통화기금(IMF)도 사후정산보다는 사전적립 방식을 권고하고 있다”며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전적립방식의 예보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제도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동계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만히 듣고 보면 금융위나 은행연합회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장차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우려할 만큼 저축은행의 부실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지금, 은행연합회의 주장은 왠지 설득력이 없다. 과거를 잊고 사는 것 같다.

12년 전 외환위기 당시 한국 금융시장은 초토화 위기에 몰렸다. 파국을 막기 위해, 금융시스템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가 은행권에 투입한 공적자금(국민혈세)은 90조원에 달했다. 이 돈으로, 하나은행은 독자생존이 불가능했던 서울은행, 보람은행 등을 인수했고, 국민은행 역시 장기신용은행 등을 인수해 정상화하는 데 사용했다. 또 우리은행은 한일은행, 상업은행 등의 부실자산을 털어내고 클린 은행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신한은행도 제주은행 등 지방은행을 인수합병해 오늘의 규모로 키울 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은행이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활용한 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은 권역이익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당시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것은 지금처럼 예금보험기금이 준비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권 부실에 대비키 위한 9조원 상당의 예금보험이 마련돼 있는데, 권역이익을 위해 납세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공적자금 투입을 우선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염치없다.

은행, 보험, 증권, 저축은행 등은 금융이라는 한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나 다름없다. 금융권 간 독자업무 영역이 사라지게 되면 언제가는 다시 금융으로 뭉쳐질지도 모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저축은행을 이익 좇기에 눈이 멀어 위험자산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막냇동생으로 보고 재기를 돕는 맏형 은행의 아량이다. 그것이 납세자에게 혈세부담을 덜 지우는 방법이기도 하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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